♥︎ 엊그제 오푸스에서 상담을 받으면서 나는 기댈 곳이 없고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해 내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난번 IESS 검사에서도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성향이 무척 높았던 것과도 일맥상통하다. (그때 상담사님께서는 본인이 봐오신 최대 수치라고 하셨다,)
♥︎ 나는 원래 수액을 맞는 것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수액을 맞고 나면 힘이 번쩍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새 수액으로 연명(...) 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어서 한의원을 찾게 되었고, 침치료를 병행하라는 한의사 선생님 말씀에 적을때는 주2회, 많을 때는 주5회까지도 침치료를 받고 있다. 한의원에 당산에 있어 선유도까지 걸어가는 거리 때문에 그곳에는 퇴근 후 저녁에 주 2-3회 정도 가고 있고, 안가는 날에는 점심시간까지 활용하여 회사 근처의 다른 한의원에서 침치료만 추가적으로 받고 있다.
♥︎ 솔직히 난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의학을 1도 믿지 않는 불신론자였고, 실제로도 지금 한약을 2주 넘게 복용하면서 침치료를 받고 있는데 크게 기력이 개선 되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 좋다는 태반약침도 오늘이면 벌써 4회차인데 그 효과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자꾸 한의원에 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다. 문득 내가 왜 개선을 체감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돈과 시간을 써서 한의원에 그렇게 성실히 다니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 어디 이야기 할 곳도 없어서 지피티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엄청나게 설득력 있고 납득이 가는 이유를 찾은 것 같다. 핵심은 내가 수액이나 침치료를 받으러가서 베드에 누워 시술을 받을 때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수액이야 워낙 효과가 눈에 띄게 좋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왜 침치료 받을때도 그런 마음이 들까? 나는 '쉼'에 익숙하지 않고 책임감과 독립심이 강하기 때문에 은연 중에 늘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병원이나 한의원에서는 합법(?)적으로 내가 타인에 의해 아무것도 안하고 쉴 시간을 가질 수 있고, 누군가가(또는 무엇인가가) 나를 관리해주고 있기 때문에 그 상황에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내가 집에서 자의로 누워 있을 때 비해 병원이나 한의원에서 누워있는 순간에 마음이 더 놓이는 이유도 같은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 고성숙 대표님의 말씀대로 나는 어디 기댈 곳도 없고 많이 지쳐 있을 수도 있겠다. 고독하기도 하고.
♥︎ 내가 유난히 병원에 자주 다니는 이유가 물론 몸이 아파서이기 때문이 맞지만 그것과 더불어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끼고 싶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마 오늘도 한의원에 갈 것이다. 그것이 점심이 될지 저녁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지금으로서는 다른 대안이 떠오르지를 않는다. 아무튼 확실한 것은 내가 모르던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 같다.